* 본 리뷰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 결말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 예정인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기본 정보
- 제목: 도그빌 (Dogville)
- 감독: 라스 폰 트리에 (Lars von Trier)
- 장르: 스릴러, 드라마
- 주요 출연진: 니콜 키드먼, 폴 베타니, 로렌 바콜, 스텔란 스카스가드
- 상영 시간: 2시간 51분
- 기타 정보: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중 76위
- 로그라인: 갱들에게 쫓기던 한 여자가 외딴 마을에 도망쳐오고, 노동을 제공하며 마을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사람들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며 그녀는 '호의'란 대가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줄거리
로키산맥에 위치한 지 오래된 폐광 옆에는 '도그빌'이란 마을이 있었다. 주민들은 선량하고 마을을 사랑했다. 어느 날 총소리와 함께 '그레이스'란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한다. 마을로 숨어 들어온 그녀는 작은 마을의 아름다움에 반한다. 그녀를 처음 발견한 '톰'은 갱들에게 쫓기는 그녀를 마을로 데려온다. 그레이스가 마을에 머물려면 마을 사람들의 허락이 필요하고, 우선 2주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녀는 마을사람들을 찾아가 굳이 필요가 없는 일들을 자청하며 호감을 얻으려 노력한다. 2주 뒤, 마을 사람들은 천사 같은 그녀가 머무는 것을 허락한다. 그레이스는 소박하고 착한 마을 사람들, 특히 자신을 돌봐주는 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마을에 경찰이 찾아오고, 그레이스를 찾는 수배지가 나붙는다. 그녀가 현상수배범이 되자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숨겨주는 대가로 더 큰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그레이스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목에 쇠사슬을 채운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은 아직 그녀의 진짜 비밀을 모르고 있다.
리뷰
영화는 실제 장소가 아닌 연극 무대처럼 벽 없이 바닥에 흰선으로만 공간을 나눈 세트에서 진행된다. 이러한 연극적인 창지는 인물들의 행동과 관계, 권력 구조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를 더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레이스는 마을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일들을 스스로 찾아서 한다. 처음엔 마을 사람들도 호의적이다. 말을 붙여주고, 함께 웃고 우정을 쌓는 듯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에게 요구하는 일은 점점 많아지고 보상은 줄어든다. 하루 종일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궂은일을 해도 돌아오는 건 인형 하나 살 수 있는 임금뿐이다. 결국 그녀는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쇠사슬에 묶이게 된다. 사람들은 미안해하지도 않고 당연하게 여긴다. 처음엔 단순한 교환이었던 그녀의 노동이 곧 착취가 되었지만 그걸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그빌의 마을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별한 인물은 없다. ‘톰’은 의사였던 아버지의 연금으로 먹고살며, 자칭 작가이지만 실상은 백수다. 그는 수시로 주민회의를 소집한다. '올리비아'는 톰의 아버지덕에 일하고, 불구인 딸을 돌보며 살고 있다. '멕케이'라는 노인은 혼자 사는 장님이다. '척과 베라 부부'는 사과밭을 운영하고 '헨슨 부부'는 유리를 만들어 판다. '진저자매'는 다양한 물건을 파는 가게를 운영한다. 이외에 목사관을 관리하는 '마사'와 차고에서 지내는 운송업자 '벤'이 있다. 이 사람들은 무슨 일이건 주민회의에서 회의를 통해 1인 11 투표로 마을의 일을 결정한다. 얼핏 민주적인 구조고, 평등을 추구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결국 약자를 통제하고, 외부인을 배제하는 도구처럼 작동한다.
처음부터 그레이스는 이방인이고, 그들의 시스템 안에 포함될 수 없는 존재였다. 마을 사람들이 저지르는 폭력은 갑작스럽게 벌어지지 않는다. 천천히, 별일 아닌 듯이 진행된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들은 그저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대놓고 악하도 않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한 사람을 철저히 파괴해 나간다. 바로 그 점이 영화에서 가장 무섭고 불편하다.
영화 마지막에 권력구조는 뒤집힌다. 갱의 보스가 그레이스의 아버지였음이 밝혀지며 그녀는 마을을 없애고 모든 걸 끝낸다. 하지만 이러한 결말은 감정적으로 시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통쾌함보다는 허무함이 남았다. 이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폭력을 행사하고 착취를 정당화하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불편하고, 끝난 뒤에도 그 불편함이 계속 남는다.